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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마음 언어학

Alexander Vovin(2012) - Immigrants or Overlords? 번역 및 정리 본문

언어학

Alexander Vovin(2012) - Immigrants or Overlords? 번역 및 정리

La Espero 2019. 11. 25. 08:00

이 글은 보빈 교수가 독일의 아시아문화정신사연구원(Institut für Kultur und Geistestesgeschichte Asiens)에서 2012년 6월 14일에 발표한 Immigrants or Overlords? - Korean Influences on Japan in the Archaic Period: a Linguistic Perspective(이주민인가 지배자인가? - 언어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고대 일본에서의 한국의 영향) 발표자료를 번역한 것입니다. 원문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원래 ppt로 되어 있는 발표자료를 번역한 것이라 본문의 구조를 바꾸고 설명을 덧붙이는 등 약간의 수정을 가했습니다.

참고사항 : 일본 국가원수 일가에 대해 기술할 때에는 역사학계의 용례를 따라 천황, 황후, 황태자. 황위 등으로 표기하였습니다.

* 본 번역은 원저자 Alexander Vovin 교수님의 허가를 받고 게재되었습니다.


이주민인가 지배자인가?

언어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고대 일본에서의 한국의 영향

본 발표에서는 고사기와 일본서기에 기록된 신, 전설적인 천황, 확인된 역사적 대상들의 이름 몇 개에 집중할 것이다. 곧, 이 이름들은 일본어의 프리즘을 통해서는 충분히 설명될 수 없는 반면 한국어로는 어원이 명확함을 증명하려 할 것이다. 오진천황의 휘인 Pömunda(고사기 : 品陀, 일본서기 : 誉田)가 좋은 예시가 되겠다. Pömunda[pǝmunda]는 일본어로는 만족스러운 어원이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고대 서부 일본어의 음운론상 같은 형태소 안에서 갑류(甲類) 모음 /o/와 달리 을류(乙類) 모음 /ö/는 /u/와 결합할 수 없는데 Pömunda는 이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다. 그렇지만 운 좋게도 고대 서부 일본어 번역이 존재하는데, 바로 tömö(鞆) '활팔찌'다. 중세 한국어를 통해 들여다 보면 한층 명백해질 것이다. 중세 한국어 pʌrh '팔'과 mut- < *munt- ‘묻다’의 합성어인 것이다. 본 발표에서 소개할 어원들은 고대 일본사에서 한국인들이 했던 진정한 역할을 파헤치는 데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아마도 고대 일본(Yamatö)을 통치했던 몇몇 '국가들'은 한국에서 유래하였을 것이다.

  • 다섯 번째 문장에서 원문은 "neither kō-rui vowel /o/ nor otsu-rui vowel /ö/ can combine with /u/ within the same morpheme."인데, 고대 서부 일본어의 모음조화와는 맞지 않는 말이라 오타임이 분명하여 바르게 고쳤다. - 역주

1. 이자나기(伊邪那岐)·이자나미(伊邪那美)

이자나기(伊邪那岐)와 이자나미(伊邪那美)는 만요가나로 전사된 형태로, 고대 서부 일본어로는 Inzanaŋgî, Inzanamî라 읽는데, 이때 -kî ‘남자’, -mî ‘여자’라는 뜻이다. 이는 아래 예시에서도 나타난다.

神漏伎 ~ 神魯企
KAMU-rô-kî
신-불완전동사-남자
남신 (祝詞 1, 7, 8, 14)
神漏彌 ~ 神魯美
KAMU-rô-mî
신-불완전동사-여자
여신 (祝詞 1, 7, 8, 14)

몇몇 학자들에 따르면 Inzanaŋgî는 ‘불러오는 남자’, Inzanamî는 ‘불러오는 여자’라는 뜻이며(本居宣長(1798), “古事記伝”; Chamberlain 1919, 19; Philippi 1968, 480), inzana- 부분은 고대 서부 일본어 inzanap- ‘초대하다’의 활용으로 보고 있다(本居宣長 1798; Philippi 1968, 480). 그런데, 그렇게 되려면 *inzanap-u kî/mî나 *inzanap-î-nö kî/mî가 되어야 한다.

다른 해석으로는 inza-를 고대 서부 일본어 isam- ‘노력하다, 분투하다’, isa-wo ‘용맹한 사람’과 비교하여 ‘노력하는 신’이란 뜻으로 본 것이 있는데(白鳥庫吉 1954),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자음이 -s-와 -nz-로 다른 것과, 일본조어 -nan-에서 온 것으로 볼 수 있는 -naŋ-은 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해석으로 인도의 신격에서 유래하였다는 설이 있다. 1339년에 쓰인 신황정통기(神皇正統記)의 저자인 기타바타케 지카후사(北畠親房)는 inzana-에 대해 최초의 어원론을 제안한 바 있는데, 그에 따르면 이자나기와 이자나미는 각각 산스크리트어 伊舎那天(Ishana ten), 伊舎那后(Ishana kū)에서 왔다는 것이다. 여기엔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자음이 -s-와 -nz-로 다른 것과, 7세기의 산스크리트어에 대한 직접적인 지식이 없다는 것이다.

고사기(古事記)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於是天神諸命以。詔伊邪那岐命伊邪那美命二柱神。修理固成是多陀用幣流之國。賜天沼矛而。言依賜也。故二柱神立【訓立云多多志】天浮橋而。指下其沼矛以畫者。鹽許袁呂許袁呂迩【此七字以音】畫鳴【訓鳴云那志】而。引上時。自其矛末垂落之鹽。累積成嶋。是淤能碁呂嶋【自淤以下四字以音】於其嶋天降坐而。
그때에 천신이 이자나기, 이자나미의 두 주신(柱神)을 불러 명령하기를, “이 떠다니는 나라를 수리하고 굳혀 완성하라.” 하며 천소모(天沼矛, 아메노누보코)를 주며 말하였다. 이에 두 주신은 천부교(天浮橋, 아메노우키하시)에 서서[立의 훈은 多多志(tatasi)이다.] 그 창을 내려 저어 소금을 긁어 올렸다.[許袁呂許袁呂迩(köworö-köworö n-i) 일곱 자는 음으로 읽는다. 鳴의 훈은 那志(nasi)이다.] 긁어 올렸더니 그 창의 끝으로부터 방울져 떨어진 소금이 쌓여 겹쳐 섬이 되었다. 이것이 오노고로시마(淤能碁呂嶋)이다.[淤能碁呂(onöngörö) 네 자는 음으로 읽는다.] (둘은) 하늘에서 그 섬에 내려갔다… (고사기 권 1.2a.4-2b.2)

이자나기와 이자나미는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이들이다. 일본 신화의 천신은 대륙적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데, 특히 (스사노오(素戔嗚, Susanöwo) 등을 볼 때) 한반도와 관련이 깊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이름을 한국어를 통해 해석해보려는 시도가 불합리하지는 않다고 할 수 있겠다.

중세 한국어 동사 엱(yènc)- ‘얹다’는 다음 예문에서 문증된다.

ᄇᆞ야미 가칠 므러 즘겟 가재 연ᄌᆞ니
pʌyam-i kachi-r mur-e cumkey-s kac-ay yenc-ʌn-i
뱀-주격 까치-대격 물다-부정형 큰나무-속격 가지-장소격 얹다-과거형/한정형-명사화소
뱀이 까치를 물어 큰 나무의 가지에 얹으니 (용비어천가 7장)
노ᄑᆞᆫ 座 ᄆᆡᆼᄀᆞᆯ오 便安히 연ᄌᆞ면
nwoph-ʌn CA mʌyngʌr-Gwo PHYENQAN-hi yenc-ʌmyen
높다-과거형/한정형 자리 만들다-동명사 평안하다-부사형 얹다-조건동명사
높은 자리를 만들어 편안하게 얹으면 (석보상절 권9, 21)
尊者ㅅ 머리예 연자ᄂᆞᆯ
SWONCA-s meri-yey yenc-a-nʌr
부처-속격 머리-장소격 얹다-활용형-접속동명사
부처의 머리에 얹거늘 (월인천강지곡 상, 28)

고대 한국어에는 중세 한국어와 다르게 모음조화가 없었다. 고대 한국어 KEsk-a(折叱可)(헌화가 4행), 중세 한국어 kesk-e(것거)(월인천강지곡 62) ‘꺾어’를 비교해 보라. 또한, 첫음절이 아닌 곳에서 일본조어 *e는 고대 서부 일본어 i가 되었으며, 발달과정을 *ye>*yi>i로 나타낼 수 있으므로, Inzanaŋgî와 Inzanamî의 inza 부분은 *yenza로 재구되어 OK yenc-a '얹어'와 비교해볼 수 있다. ŋg는 PJ *nk에서 왔으며 -naŋ-에서 선(先, 이하 pre-)WOJ *nan을 재구할 수 있는데, 이는 MK na-(나-; 태어나다, 나오다, 나가다 할 때의 나-)와 비교해볼 수 있다.

곧, pre-WOJ *inzanan < OK 고어형 *yenc-a-na-n '얹어난'이 되어 Inzanaŋgî와 Inzanamî는 각각 '(하늘에서 땅에) 얹어져 난 남자[여자] (신)'이 된다.

2. 야마타노 오로치(八俣遠呂智): 여덟 번 갈라진(八俣) 뱀?

고사기에는 야마타노 오로치(八俣遠呂智, YA-MATA-[nö] woröti)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是高志之八俣遠呂智毎年來喫。今其可來時故泣。爾問其形如何。答白。彼目如赤加賀智而。身一有八頭八尾。
"이 고시(高志, Kôsi)의 야마타(八俣遠) 뱀은 매년 (처녀를) 잡아먹으러 옵니다. 이제 그가 올 때가 되어서 저희가 우는 것입니다." [스사노오(Susanöwo)가] 그 뱀이 어떻게 생겼는지 물으니 답하매 "그것의 눈은 빨간 꽈리[酸漿]같고, 머리가 여덟에 꼬리가 여덟입니다." (고사기 권 1.22b.3-6)
汝等釀八鹽折之酒。且作迴垣。於其垣作八門。毎門結八佐受岐毎其佐受岐置酒船而。毎船盛其八鹽折酒而待。
"여러분은 아주 독한 술을 빚고 주위에 울타리를 두르십시오. 울타리에 문을 여덟 개 달고, 문마다 판을 여덟 개 달고, 그 위에 술통을 하나씩 올려놓으십시오. 각 술통에 이 독주를 따르고 기다리십시오." (고사기 권 1.23a.6-23b.1)
毎年為八岐大蛇所呑。。。醸八醞酒。幷作假庪八間各置一口槽而盛酒以待之也。至期果有大蛇。頭尾各有八岐。
“매년 여덟 번 갈라진(八岐, eight-forked) 큰 뱀이 (처녀들을) 삼킵니다.” … “독한 술을 빚으십시오. 또 판을 여덟 만들어 여덟 자리에 놓고, 각 판에 통을 하나씩 놓고, 각 통에 독주를 부은 뒤 그를 기다리십시오.” 얼마 후에 큰 뱀이 나타났는데, 머리와 꼬리가 각 여덟 갈래였다. (일본서기 권 1, 41)

간단한 산수로, 여덟 번 갈라지면 머리는 여덟이 아니라 아홉이다. 고사기의 기술은 머리 여덟, 꼬리 여덟, 문 여덟, 판 여덟, 통 여덟 등 아주 구체적이다. 따라서, mata는 ‘머리’를 뜻하는 것이며 俣와 岐는 훈가자다. 일본어족에는 mata ‘머리’에 해당하는 낱말이 없으나 중세 한국어 màrí, mèrí(마·리, 머·리), 후기 고대 한국어 matay ~ matey(麻帝) ‘머리’(계림유사 #161)와는 비교해볼 수 있다.

3. 오진(應神) 천황

오진 천황의 휘는 本牟多(고사기 권 2, 61b.6), 品陀(고사기 권 2, 49b.8, 55b.9, 69b.7), 品太(고사기 권 3, 42b.3), 譽田(일본서기)로 표기되어 있는데, 그 음은 Pômunda였다. 일본서기 표기에서 譽는 분명히 훈독자로 보이며 WOJ 동사 pomu(원형 pomë-) ‘빌다’를 적은 것이다. 그렇다면 WOJ pomë는 *pômë- [pomɛ-]와 *pömë- [pəmɛ-] 중 어느 쪽일까? 고사기 표기에서 品은 pomu로 읽는 2음절 음독자인데, 전기 중고 한어에는 *-om 운(韻)이 없었고 *-əm 운만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고사기 표기의 本은 분명히 음독자로 pô일 것이다. pô를 지지하는 다른 독립적인 증거도 있다. 바로 WOJ에는 /ö/와 /u/는 형태소 안에서 결합하지 못한다는 음운 규칙이 있었다는 것이다. Pômunda는 본디 Pô-mu에 형태소 경계가 있었지만 8세기 초에는 이미 단일형태소로 받아들여져지고 있었다.

일본서기 표기의 田은 훈독자로 ta 음절만을 가리킨다고 여겨졌으나(Omodaka et al. 1967, 896), 氣田敷(këndasiku) '혹시라도'(만엽집 권2, 194) 등 nda로 읽히는 예도 있다. 고사기의 陀, 太는 nda 음절을 적은 음독자이며, 多는 대개 ta로 읽히는 음독자지만 이따금 nda를 적는 데 쓰이기도 한다.

고사기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次大鞆和氣命。亦名品陀和氣命。此太子之御名。所以負大鞆和氣命者。所生時。如鞆宍生御腕故。著其御名。
다음은 오오토모와케노미코토(大鞆和氣命, Opo-tömö-wakë-nö mîkötö)이다. 다른 이름은 호무타와케노미코토(品陀和氣命, Pômunda-wakë-nö mîkötö)이다. 이 황태자의 이름을 오오토모와케노미코토로 지은 것은 그가 태어날 때 팔에 활팔찌처럼 생긴 살이 자라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름을 그리 지었다. (고사기 권 2, 49b.7-50a.1)

일본서기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既産完生腕上其形如鞆。是肖皇太后爲雄裝之負鞆。肖。此云阿叡。故謂譽田天皇。上古時俗號鞆謂褒武多焉。
(오진이) 태어났을 때, 그의 팔뚝에 활팔찌처럼 생긴 모양이 있었다. 마치 (진구) 황후가 무장을 할 때 차는 활팔찌처럼 생긴 것이었다. 肖는 닮았다는 뜻이다. 따라서 호무다(譽田, Pômunda) 천황이라 불렀다. 옛날에는 활팔찌를 pômunda라 했다. (일본서기 권 10, 269)

Pômunda는 활팔찌라는 뜻이다. WOJ tömö(鞆) '활팔찌'와 pômunda는 이중어로, tömö는 다른 WOJ 문헌이나 이후 단계에서도 확인되지만 일반 명사로서의 pômunda는 위의 일본서기 기사에서 딱 한 번 보인다. 보통 이중어 가운데 하나는 고유어고 다른 하나는 차용어로, 본인은 WOJ의 이중어에서 더 좁은 분포를 보이는 쪽은 보통 한국어 차용어라는 것을 증명한 바 있다(Vovin 2007, 2010). 다음은 그 예시다. (EOJ는 고대 동부 일본어, PR는 류큐조어, PC는 백제어, HJ는 하치조(八丈)어임 - 역주)

  WOJ EOJ PR OK MK
아버지 titi titi, sisi *titi - -
kasö - - PC kasö -
어머니 papa papa *papa - -
omö/amö omö/amö - - emi-/eme-
바다 umî umî *omi - -
wata - - - parʌr/patah
mîta HJ mizya *mita - -
tuti - - - tute-/tuti-
많다 opö opo *opo - -
mane- - - - manh-
화살 ya -ya *ya - -
sa sa - - sar

WOJ pômunda '활팔찌'는 좁은 분포를 보이며, 어원적으로 더 분석할 수 없다. 이때, WOJ에는 음절말 자음이 없으므로 자음으로 끝나는 모든 외국어 낱말들은 차용 시에 말음 탈락이 일어나거나 반향 모음(echo vowel; 마지막 모음을 반복하는 것 - 역주)이 붙게 된다. 곧, MK pʌ̀rh '팔'을 생각해볼 때, MK pʌ̀rh > WOJ pô-는 합당한 음운 변화이다. 또한, MK mwùt- '묻다'는 연음화되지 않은 자음이므로 -t- < PK *-nt로 재구되며(Vovin 2003, 89ff), WOJ -nd- < PJ *-nt-를 생각해볼 때 MK mwùt과 WOJ -mund-는 모두 *munt-로 재구된다. WOJ -a는 MK kàrʌ́- > MK son karak '손가락(손-가르다-명사화)'에서 보이는 명사화 접미어 MK -ak에서 음절말 자음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Pômunda < pô-mund-a < *pʌ̀rh munt-ak '활팔찌'를 얻는다.

전설에 따르면, 후에 천황이 될 오진은 진구황후가 한국 정벌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 규슈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패퇴한 적을 기리기 위해 한국식 이름을 지었다는 것은 매우 의심스럽다. 이 사실을 통해 실은 오진과 진구가 둘 다 한국어 모어 화자였다는 합당한 의심을 해볼 수 있겠다.

4. 소가(蘇我) 가문

소가(蘇我, Sôŋga) 가문은 나카토미(中臣, Nakatömî), 오토모(大伴, Opötömö), 모노노베(物部, Mönönömbë)와 함께 아스카 시대 4대 명문가를 이루었다. 오늘날 소가 가문은 일본에 불교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였고 연이은 집권 중에 황위를 찬탈하려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6세기 중반에서 7세기 중반에 걸친 이 네 가문의 권력 투쟁 속에서 소가 가문과 모노노베 가문은 철저히 멸살당하고 오토모 가문은 2인자 지위로 물러났으며, 나카토미 가문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소가 가문과 다른 세 가문의 두드러진 차이는 다른 세 가문명은 의미가 명확하지만 소가는 명확하지 않고 일본어로는 아무 뜻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소가 가문이 불교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보급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하는데, 불교는 한국에서, 정확히는 백제에서 일본으로 전파되었기 때문이다.

백제는 전통적으로 일본의 동맹으로, 신라는 적으로 여겨져 왔지만, 정치는 언제나 정치다. 일본서기에는 583년(비다쓰(敏達) 12년) 백제와 일본 사이에 냉랭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기사가 두 개 있는데, 일라(日羅)라는 백제인의 암살 기도와 백제의 규슈 침공 계획에 관한 것이다(일본서기 권 20, 108-12). 불경과 불화(佛畵)는 보통 백제에서 수입되었지만, 일본서기에 622년(스이코(推古) 31년) 신라에서 불상, 금탑, 사리, 관정번(觀頂幡, ordination flags)을 들고 왔다는 기록이 있다(일본서기 권 22, 161). 곧, 신라와의 접촉은 정치적, 군사적 대치에만 제한되지 않았던 것이다.

신라의 왕성은 金으로, 현대에는 김이라 읽는다. 신라 초기에는 김씨와 박(朴)씨가 교대로 왕위에 올랐지만 (발표자료 원문에는 석(昔)씨에 대한 언급이 없음 - 역주) 결국 박씨는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신라에서 왕성을 중국어로 읽었을 것 같지는 않다. 참고로, 청(淸)나라 황성인 아이신교로(만주어 aisin '금')도 한자로 金(jīn)이라 쓴다.

  • 아이신교로 씨는 교로(覺羅, Gioro) 하라(哈拉, hala, 씨족)의 아이신(愛新, Aisin) 무쿤(穆昆, Mukūn, 가족 공동체)이라는 뜻으로, 본래 협온(夾溫, 용비어천가 발음으로 갸온)씨, 중국식으로는 동(童)씨였으나 후에 세력이 강성해지고 나서 금나라의 후예임을 자칭하며 아이신을 붙인 것이다(만문원당(満文原檔) 1618년 4월 기사). 금(金)나라를 세운 완안아골타가 신라~고려인으로 전해지는 함보의 후손이긴 하니 전혀 무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만은 없지만, 애신각라라 하여 누르하치가 신라 계승 의식을 갖고 있었다는 식의 유사역사학은 성립할 수 없다. 원문에서는 지나가는 식으로 이야기하였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어 덧붙인다. - 역주

곧, 金은 훈독하였을 것이다. 金은 MK swóy(·쇠)에 해당하는데, 이로부터 OK *sor-i를 재구할 수 있으며, 한편으로 OK *sor > WOJ sô도 합리적이다. 신라의 왕칭 및 고위관직명은 마립간(麻立干), 거서간(居西干) 등 -kan(干)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칭호 kan은 물론 내륙 아시아에서 유래한 말이다. (고대 투르크어와 중세 몽골어의 qan '왕, 번왕') 곧, WOJ ŋg < PJ *nk이므로 OK kan > WOJ ka(WOJ에는 음절말 자음이 없음)를 상정할 수 있겠다. 마지막 남은 부분인 OJ *n > WOJ ŋ은 속격 표지의 축약형인 PJ *-nǝ > -n의 축약으로 보인다. 따라서, Sôŋga < *Sor-n[ö] kan '김(Sor) 번왕'을 얻을수 있다.


이상 네 가지 고유명사의 어원 분석을 통해서 한반도가 고대 일본에 끼친 영향이 매우 컸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임나일본부설의 주인공으로 여겨지는 진구황후와 그의 아들 오진천황을 한반도계 인물로 추정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네요. 보빈의 분석이 무조건 모두 맞는다고 할 수야 없겠지만 고대 일본에 한반도가 엄청난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고, 고대국어 문헌이 거의 남지 않은 현재에서 이렇게 일본어와 고대 일본어 문헌을 분석함으로써 고대 한국어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더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여태까지는 한국어-일본어 동계설에 주목한 연구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는 그에서 벗어나 주변 언어 속 한국어의 자취를 찾아 국어의 풍경을 넓혔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네요.

덧. 진구황후와 오진천황이 한국계 인물이었다 해도 (당연하겠지만) 그때의 일본 역사가 한국사가 될 수는 없습니다^^;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보빈은 고대 일본에 여러 개의 나라가 있었고 그 중 몇 개는 한반도계 국가였다고 보고 있지만, 만약에 고대 일본이 진구·오진 재위 당시 단일 국가를 형성하였다 가정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연나라 출신 위만이 고조선 왕위를 찬탈하여 왕이 되었다 해서 고조선이 중국사에 포함될 수 없는 것과, 일본계인 알베르토 후지모리가 브라질 대통령이 되었다 해서 브라질이 일본사에 포함될 수 없는 것과, 또 고구려 왕족 출신 고운(高雲)이 북연의 천왕(이후 황제로 추존)이 되었다 해서 북연이 한국사에 포함되지 않는 것과도 같겠습니다. 또한 그런 논리를 받아들인다면 일본계 언어를 사용했던 진한은 일본의 역사가 되어 버립니다. 혹 이 글을 읽고 흑화해서 임나일본부의 한국버전격인 주장을 하실 분들이 계실까봐 뱀발을 달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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